2008.4.13

대구 마라톤대회

풀코스83회

기록 3:27:53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기념하여 지금까지와는 달리 처음으로 시내 중심가를 통과하는, 2011년 공인코스를 미리 달리게 하는 특혜(!)가 있어서 이번 대회는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였다.

결과적으로 넓은 곳은 편도 5차선에 가까운 달구벌 대로를 예외 없이 완벽하게(?) 틀어막는 막강한 힘을 보여주었다.

대구시와 대구경찰도 다른 시도에 뒤지지 않는 교통 통제 능력을 보여준 것은 다행이나 달리면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항의를 지켜보면서 5차선 중 한 두 개(4~5차선) 정도는 차량 통행을 허용하여도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게시판을 도배한 시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읽어보니 참가한 내가 죄인이 된 느낌이다.

넓은 도로를 전세 내어 탁 터인 주로에다가 끝까지 주변 시민들의 열띤 응원까지 겸하였으니 어느 대회 못지않게 주자들은 고통을 덜 느끼며 달릴 수 있었던 대회로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풍부한 음료와 스펀지 제공으로 갈증과 더위도 거의 잊고 달릴 수 있었기에 좋았다.

하지만, 대회를 빛낸 것은 그것으로 끝이었고 지적해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

앞서 말한 융통성 없는 대회 운영은 교통통제에서 뿐만 아니라 주로의 간식을 20km와 30km 단 두 번만 제공하여 아마도 많은 주자들이 배고픔에 대한 고통은 당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대회에 참가해 봤지만 간식을 두 곳에서만 제공한 대회는 본 기억이 없다. 그것도 20km지점은 주자들이 한 참 엉켜서 달리는 구간임에도 테이블 한 곳에서만 지급한 관계로 나처럼 집어보지도 못하고 통과한 주자들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유감은 완주 후에도 계속된다.

씹을 것도 없는, 겨우 물 같은 묵을 한 대접 주고는 끝이다.

도대체 그 많은 대회임원들 중에 풀코스를 한 번이라도 완주한 경험이 있는 분이 있었다면 주로상의 간식과 완주후의 음식제공에 이렇게 주자들을 푸대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령 한 명도 없었다면 평범한 마스터스 마라토너 한두 명에게 자문이라도 구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어렵다면 다음엔 타 대회에 출장이라도 가서 한 번 구경하고 오기 바란다.

작년 대회 이후 나를 비롯하여 많은 주자들이 게시판과 참가후기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언급했음에도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은 편의주의에 빠진 대구시의 행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욕해도 반박할 자격이나 있는지?

먹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쓴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잔치의 우선은 먹는 것을 제대로 대접하는 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대회장 입구가 풀코스주자가 대기하고 있는 트랙과 연결되는 곳이라 대회 출발시간에 임박하여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주자들과 가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내년에는 그 많은 출입문을 대폭 개방한다면 오늘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극소수의 엘리트 및 마스터스 입상자와 소수의 단체참가팀에 대한 거액의 포상금을 대대적으로 걸어 참가자의 확대에는 크게 성공하였지만 다수의 평범한 참가자들에 대한 배려는 너무나 소홀한 대회였다.

지난주의 연이틀 풀코스 참가이후 계획대로 일주일간을 완전한 휴식으로 보내고 달려서 그런지 몸 상태는 평소와 다름없이 최상이었다.

연도(沿道)의 열렬한 응원 덕분인지 10km마다 체크한 구간 기록은 47:12/46:41/49:34/53:33으로 30km까지는 km당 5분 이내로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달렸으나 그 이후부터는 페이스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연속 풀이긴 했으나 합천대회에서 4시간을 넘는 기록으로 심하게 상한 자존심을 다시 20분대 기록으로 회복하여 만족한다.

오늘은 특별히 내가 전에 속해있던 대구마라톤클럽의 윤태수님(100회마라톤클럽에도 소속되어 있고 대구에서는 ‘괴물’로 통함. 물론 좋은 뜻으로)의 풀코스 100회 완주 대회였다.

나보다 늦게 풀코스를 시작하였음에도 훨씬 일찍 100회 완주를 이룩한 그의 불굴의 투지에 찬사와 함께 축하의 인사를 올린다.

또한, 오늘의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기위해 주로에 나와 있다가 나에게도 비싼(!) 꿀물과 함께 응원을 해주신 옛 동료 회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교통편: 자전거로 집에서 출발(06:15)-대구스타디움도착(07:35)-풀코스 출발(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