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년월일: 1970生
억척스러움의 대명사가 된 한국 아줌마를 아는가? 그럼 아줌마의 통영버전 ‘토영아지매’는 아는가?
장거리 육상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만3년 되는 신출내기 토영아지매, 전정숙(41)씨. 선수라 하기에 너무나 평범한 주부인 전정숙씨는 지난 1일 끝난 제50회 도민체육대회 여자10Km마라톤 경기에서 기준시간인 45분 이내에 주파했다. 이로써 작년에 이은 두 번째 점수획득.
선수출신들이 주류인 도민체전에서 육상을 시작한 지 이제 만3년이 되어가는 전정숙씨는 아마츄어리즘을 실천하는 생활체육의 산증인이다.
“아니, 인터뷰 이거 안하면 안되요? 정말 미치겠다.” 싫다면서도 실눈으로 눈웃음 짓는 모습이 또 영판 싫은 것 같지도 않다.
무작정 물었다. 왜, 어떻게 시작했냐고?
“그냥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체력보완이 필요했고요, 애는 하나 밖에 없고, 시간은 좀 남고....그랬죠.”
기대와는 다르다. 그래서 뜻밖이다.

“3년 전에 직장동료 남편이 권해 우연히 2008년 충무공마라톤에 참가한 게 계기가 됐어요. 그때 통고에서 하루 30분씩 달리기 연습 한 달하고 나갔죠.”
그래, 완주는 했을까?
“완주는 했죠. 한 12, 3등 했던 것 같아요.” 그때 기록을 당시 전정숙씨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47분대를 기록했다는 것을 다음해인 2009년 이 대회에 다시 참가하면서 알게 됐다고.
소싯적 선수였나, 아니면 타고났을까?
“어릴 때 산양면 신봉에서 살았는데, 당시 달리기 잘하던 동네 머스마하고 논에서 달리기 시합을 해서 이겼던 기억은 나요.” 그게 단가요?
“그것 말고는 운동한 건 없죠.” 통영시 육상협회 김철회 전무는 전정숙씨가 타고난 심폐기능과 근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아무리 토영아지매라도 육상장거리 종목은 여성이 하기엔 좀 투박한 운동이 아닐까? “첫 대회 출전하고 이렇게 생각했죠. 어라, 이거 참 재밌네. 나도 좀 뛰는 것 같은데.”
이후 전씨는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익히고 싶어 통영나폴리마라톤클럽에 가입했다. 지금은? “제가 좀 별났어요. 너무 많은 대회에 나가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클럽을 나와서 혼자서 대회를 찾아다녔죠.”
도대체 얼마나 많은 대회에 나갔길래요?
“한 30번 참가한 것 같아요. 거제사람한테 차를 얻어 타고 간 적도 있죠. 호호호.” 참 넉살도 좋다. 토영아지매 인정!

지난해에도 30번 정도 그러니까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대회에 나간 셈이다. 훈련 없이 몸이 견뎌낼까?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요. 그리고 삼칭이해안로까지 왕복으로 달리죠. 그럼 12Km정도 되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그렇게 달리면 몸에 무리가 올 텐데. “제가 워낙 준비운동은 또 안 해요. 천천히 달리면서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는 타입이에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나가고, 주말이면 또 거의 대회에 나가면 가족들은 싫어하지 않을까? “남편은 그래요. 내가 좋아하면 하라고. 내 스스로 경기결과에 만족 못하고 화를 내면 우리 아들은 어른스럽게 이러죠. 엄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더 잘하면 되잖아요.”
전정숙씨 친정어머니가 결정타를 보낸다.
“우리 엄마는 이래요.” 당가다가당∼땅땅땅! 액션!
“1등 안 할라모 나가지 말거라.”
그녀의 기록이 궁금하다. “최단시간 기록은 2010년 광주5.18기념마라톤의 39분18초에요. 이 대회에선 3위를 했죠. 그 다음은 2009년 창원에서 열린 경남마라톤에서 39분22초를 기록한 거에요. 당시에는 우승했죠.”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광주대회에서 길을 잘못 들어 도합 약500m를 되돌아 왔단다. 제대로 달렸다면 기록은 더 좋았을 테고 우승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10Km만 달리는 게 아니다.

“하프코스를 한 10번 완주했고, 풀코스도 4번 정도 뛰었어요. 이번 도체 출전하기 1주일 전에도 진주남강마라톤에서 하프코스 뛰었죠.”
참, 어이없네. 기록은 1시간33분05초. 수준급이다. 이젠 한술 더 뜬다.
“이번 주말에는 함안뚝방마라톤 하프코스에 나갈 예정이에요.” 뭐 이런 토영아지매가 다 있을까 싶다. 주말마다 대회 쫓아다니면 가족들도 불만이 가득할 텐데.“새벽이나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전에 대회 참가하고, 오후에 집에 돌아오니 문제없어요. 호호호.”
그럼 어떤 우연 아닌 인연으로 통영시육상대표가 되었을까?
“2010년 3월인가, 육상협회 김전무가 연락을 해왔어요. 아는 사람을 통해 알았다더라고요. 그리고 도체에서 한번 뛰어 볼 거냐고 묻더라고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정말 영광이었죠. 대표선수라니.”
지난해 첫 출전해서 통영여자장거리 부문에서 사상 첫 기준시간통과 점수를 얻었다. 올해에도 42분대로 역시 기준시간 통과. 하프마라톤 뛴 다음 주에 또 10Km 뛰니 42분대 일 수 밖에.
그녀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까? 기록단축?
“기록을 좀 더 내고 싶어요.” 그렇구나!
“10Km는 38분대, 하프마라톤은 1시간30분 이내로 들어가는 게 목표에요.”
진정한 아마츄어라할 그녀가 다른 주부들에게 해 주고픈 말은 무얼까?
“달리기를 하다보면 다이어트가 따로 필요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녀처럼 자신도 모르던 재능을 발견하게 될 지 누가 알랴.
“사실 같이 뛰어줄 사람도 필요해요. 연습하다가도 체력적으로 고비가 오거든요. 이때 스퍼트를 할 수 있도록 경쟁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많은 시합에 계속 출전하는 이유?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또 주말이 기다려지고요. 왜냐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확 풀 수가 있거든요.”
비인기종목, 비선수출신, 그녀의 동행을 빨리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도체 앞두고 2주간은 반드시 몸 만들기 전념하도록 해줘야겠다.
출처: http://hanryeotoday.com/print_paper.php?number=9648

우리의 주인공은 태극기 옆(전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