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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주 (한국, 여성)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

2008-01-12 21:46:17

조회수

2,910

출생지 : 경북 문경
생년월일 : 1977년 10월23일
키 : 158cm
체중 : 43kg
혈액형 : A형
동생 : 권근영(마라톤선수)
최고기록 : 2:26:12(1997년조선일보춘천마라톤)
작은 키에 깡마른 몸집, 남자아이처럼 짧게 깎은 머리칼, 고된 훈련으로 검게 그을린 피부. 마라토너 권은주를 말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9년 전 30분 벽에 막혀있던 한국 여자마라톤 기록을 깨며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가 2002년 이후 모습을 감추자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사실상 은퇴를 했다는 둥,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둥 풍문이 돌았지만 그녀는 은퇴하지도, 지도자가 되지도 않았다. 팀 이적과 잇따른 부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그냥 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사내아이 같던 권은주 선수는 긴머리에 화장을 한 멋쟁이 숙녀가 돼 있었다. 그리고 2006년 봄, 마라톤 대회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역사적인 복귀를 얘기하려면 그녀가 그동안 걸어온 행적을 먼저 훑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 마라톤으로 정상에 서다
마라토너 권은주는 경북 문경의 농촌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본인의 증언에 의하면 두드러지게 소질을 보인 것은 아니었고 “그저 조금 뛰는” 소녀였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시골이다 보니 크고 작은 지역대회에 대표선수로 불려 다녔고 심심찮게 입상도 했다. 운동을 잘 하기는 6남매가 다 마찬가지였는데, 부모님은 죄다 체육만 해서는 안 된다며 그녀와 동생 근영(2005년 <중앙일보서울국제마라톤> 우승)만 운동을 허락했다.
권은주 선수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1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코오롱 구간마라톤대회>에서도 구간 우승을 차지하며 활약했다. 그 인연으로 1995년 12월 코오롱 육상팀에 스카웃될 수 있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학업과 선수활동을 병행한 그녀는 1996년부터 이듬해까지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3000m 대회신기록 1회, 5000m 한국신기록 2회, 5000m 대회신기록 1회, 10000m 대회신기록 1회, 20km 한국신기록 1회가 다 이 시기에 작성되었다. 그리고 이 상승세는 1997년 10월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까지 가파르게 이어졌다.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그녀는 무서운 기세로 달렸다. 소녀티도 벗지 못한 신인의 독주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림잡아도 1996년 오미자 선수의 2시간 30분 9초를 뛰어넘는 레이스였다. 결국 권은주 선수는 대회 우승과 한국최고기록 경신을 동시에 이뤘다.
“무작정 이를 악물고 열심히 달렸어요. 독주를 했기 때문인지 외롭고 힘들었죠. 운동장으로 들어서서 트랙을 도는데, 결승점에 오인환 코치님(현 삼성전자육상단 감독)이 서 계시더라고요. 감정이 북받쳐서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죠.”
신출내기 마라토너의 한국 최고기록 작성은 대단한 이슈였다. 그녀는 일약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 쾌조의 출발 뒤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가시밭길이 놓여 있었다.

전성기에 찾아온 ‘코오롱 사태’
1997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이후 권은주 선수는 양쪽 발의 족저근막염과 발목뼈 골절 등으로 힘든 시기를 맞아야 했다. 운이 나빴던 탓도 있지만, 부상이 연달아 찾아온 것은 ‘훈련욕심’ 때문이었다. 힘들면 쉬고 훈련 양도 조절해야 하는데, 권은주 선수는 다른 선수가 자기보다 훈련을 더 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통증이 있어도 최소한 남들 하는 만큼은 뛰어야 직성이 풀렸다.
가까스로 몸을 추슬러서 참가한 1999년 <중앙일보 서울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서 그녀는 1시간 13분 58초로 1등을 차지했다. 이 상승세를 이어 이듬해 다시 기록을 노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때 소속팀(코오롱)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팀 내 스텝들 간의 불화가 불씨가 돼 오인환 코치와 이봉주, 제인모, 권은주, 오정희 선수 등 선수 전원이 팀을 이탈한 것이었다. 이른바 ‘코오롱 사태’로 불린 이 사건으로 많은 선수들이 맘고생을 하고 설 자리를 잃기도 했다. 권은주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여관을 전전하기도 하는 등 어렵사리 훈련을 계속해 2000년 4월 <로테르담국제마라톤>에 출전했으나 발목 부상이 도지면서 12위에 그치고 말았다.
2000년 6월, 새로 창단한 삼성전자육상단에 몸을 담게 된 그녀는 이듬해 10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우승(2:31:33)하며 재기했다. 이 여세를 몰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마라톤에 출전했으나 이번에는 고관절 부상으로 기권을 하고 말았다. 그 후에도 부상 후유증과 수술 등으로 그녀의 선수생활은 부상과의 사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권은주 선수는 마라톤계를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방황의 끝에서 찾은 마라톤
권은주 선수는 긴 휴식기를 가졌다. 고질적인 부상도 부상이려니와 정신적으로도 몹시 지쳐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속팀 삼성전자육상단에는 사퇴 의사를 밝혔고,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미루었던 공부를 시작했다. 전도유망한 한국여자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가 달리기를 멈춘 데 대해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그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서 곧 희미해졌다.
마라톤을 끊은 지 2년 여, 휴식을 통해 부상 후유증을 털어버리고 가벼운 훈련만 하던 그녀의 마음속에 마라톤에 대한 새로운 욕망이 되살아났다. 마라톤의 재미와 매력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훈련 방법을 실천해 보고 제 몸의 상태에 따라 직접 스케줄을 맞춰가다 보니 직업선수로서의 빠듯한 일상이 아닌데도 충실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서서히 복귀를 준비하면서 2005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를 앞두고는 일간지에 컬럼을 게제하며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5년 11월. 권은주 선수는 소속팀 삼성전자육상단에 제출했던 사표 수리를 마무리했다. 대신 자율 훈련을 보장해주기로 한 제주시청에 새로이 몸을 담았다. 그리고 복귀를 위한 몸만들기에 박차를 가했다.
“대학원 등 주변 일을 하면서 자율훈련을 실시하다 보니 즐기며 달릴 수 있게 됐어요. 나에게 있어 마라톤이 어떤 의미인지도 깊이 생각하게 됐고요. 일반 선수들과는 다른 형태로 훈련한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내 자유의지로 최선을 다해 운동했다는 점이죠.”

자율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 그녀는 자신의 복귀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 스스로 시험대에 올랐다. 지인들은 “아직 덜 만들어진 몸이라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만류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지난 3월 소리 소문 없이 참가한 <인천국제마라톤>대회 하프코스. 마라토너 권은주는 1시간 16분 37초의 기록으로 보란 듯이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성에 차지 않는 기록이지만 복귀전 성적으로는 손색없는 것이었다. 신문과 방송에는 다시금 ‘권은주’ 이름 석 자가 오르내리고 섣부른 향후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권은주 선수는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자못 담담한 눈치다. 하프코스 우승의 여세를 몰아 빠르면 올해 가을 풀코스 레이스 도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그 시기를 못 박아 두진 않는다.
“서두르지 않을 거예요. 제 기록을 깨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고, 빨리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도 싶지만 모든 것을 순리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 분을 목표로, 몇 살까지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내 힘과 마음이 닿는 데까지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요컨대 마음을 비우고 달리겠다는 말이다.(물론 기자가 끈질기게 목표 기록을 묻자 “모든 조건(훈련량, 기후, 컨디션 등)이 최상의 상태로 들어맞는 시기가 오면 2시간 23분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털어놓긴 했다) 10년여의 선수생활 동안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온 권은주 선수. 이제 제 2의 마라톤 인생을 시작한 그녀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한마디는 새겨들을 만하다.
“요즘 일부 (후배)선수들은 정신무장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힘든 훈련을 회피하는 경향도 있고요. 만약 달리 할 게 없어서 무작정 버티는 거라면 과감히 정리하는 게 낫습니다.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지만 마라톤은 억지로 해서는 안돼요. 반드시 ‘즐기면서’ 해야만 의미가 있는 겁니다.”

                              수상내역
1993.05.25   <제10회문체부장관기전국체고체육대회>3000m 1위 10:14.57
1994.04.22   <제22회KBS배전국육상경기대회>1500m 1위 04:35.13
1996.04.24   <제25회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5000m 1위 17:24.79
1996.04.25   <제25회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10000m 1위 36:23.58
1996.06.8     <제51회전국남여대학육상선수권대회>5000m 1위 16:54.51(대회신)
1996.10.9     <제77회전국체육대회>3000m 1위 09:43.41(대회신)
1996.10.10   <제77회전국체육대회>20Km 1위 01:11:28
1997.06.19   <제26회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5000m 1위 16:10.49(한국신)
1997.06.21   <제26회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10000m 1위 33:34.14(대회신)
1997.10.11   <제78회전국체육대회>5000m 1위 16:07.52(한국신)
1997.10.12   <제78회전국체육대회>20Km 1위 01:08:29(한국신)
1997.10.26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마라톤 1위 02:26:12(한국신)
1999.09.11   <중앙일보 서울하프마라톤>하프 1위 01:13:58
2001.10.21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마라톤 1위 02:31:33
2006.3.27    <인천국제마라톤>하프 1위 01:16:37
자료참조: 달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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