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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울릉도 마라톤(어라! 신동역이다.) |
추천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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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3-11-10 00:12:00 |
조회수 |
596 |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한 울릉도 마라톤
"어라! 신동역이다."
위아 소속의 2시간 27분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초특급 마스터즈 선수가 울릉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하였다.
나는 대회 전날까지만해도 신동역이 이번 제5회 울릉도마라톤 대회에 참가할지는 몰랐다. 진재봉씨와 함찬일씨의 참가로 일찌감치 나는 이번 대회 우승의 꿈을 접었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신동역씨까지 이번 대회에 참가를 했으니 나의 5등 이내 입상 가능성도 상당히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그 놈의 풀코스 1등 상금 100 만원이 뭔지 2시간 20분대와 2시간 30분대 주자들이 이 시골 울릉도까지 와서 마라톤을 참가한단 말인가. 이런 대회에는 나같은 턱걸이 서브-3 주자도 입상 좀 하게 봐주지 말이다.
울릉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나는 대회 전날인 6월 6일 울릉도에 도착하여 주최측에서 준비한 모텔에 묵었다. 나는 애당초 이 대회에 나의 부모님과 함께 참가를 할 예정이었다. 아직 한번도 울릉도에 가보지 못한 나의 어머니께서 내가 울릉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고 하니 같이 가자고 해서 나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참가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아내가 내가 울릉도 마라톤에 간다고 하니까 자기가 같이 간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3명까지 덩달아서 말이다. 이것 참 난감한 일이었다. 나는 아내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왜? 아내가 같이 간다는데 내가 그것을 거역할 경우 앞으로 내가 지방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데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나의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이번에 울릉도 가시는 것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어요. 애들 엄마가 같이 가겠데요. 모처럼 가족 여행을 하겠다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죄송해요."
"아니다. 그동안 애들 엄마가 주말마다 애들 보느라 고생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너희들끼리 잘 다녀오거라. 우리는 신경쓰지 말아라."
"고마워요. 어머니. 다음엔 꼭 좋은데 모시고 갈께요."
이렇게 하여 나는 아내와 아이들 3명까지 총 5명이 울릉도에 가게 되었다. 나는 애초 울릉도 표를 3매만 예매했던터라 6월 6일 묵호 여객터미널에서 아이들 배표 2매를 추가 구입하여 어렵게 우리 가족 모두 울릉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묵호에서 울릉도까지는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걸렸다. 나는 인천에서 제주까지 근 15시간동안 배를 탄 적도 있어서 배멀미 걱정은 안했는데 배가 작고 요동이 심해서 배멀미를 하고 말았다. 배를 타기 전에 먹은 컵라면이 소화가 안되어 더욱 속이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멀미가 심했다.
서울에서 묵호까지 다시 묵호에서 울릉도까지 계속 차를 타고 배를 타고 온 관계로 대회가 열리기 전 날인 6월 6일의 나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나는 울릉도 육로 관광을 하는 버스 안에서 계속 졸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처음 온 울릉도가 신기했는지 피곤한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역시 아이들을 잘 데리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6월 7일 대회일이다. 대회 출발 시간은 오전 7시였다. 나는 새벽 5시에 기상을 했다. 대회장에 6시경에 도착해야겠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잠에서 덜 깬 아이들과 아내를 깨워서 아침 식사를 하고 6시에 대회장을 찾았다.
전날의 피로는 숙면을 취한 탓에 좀 가신 듯 했다. 하지만 몸이 가볍지 못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나는 작년 이 대회 우승자의 기록이 2:17:40라는 사실을 알고 이 대회의 코스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나는 2005년도에 이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한 적이 있었다. 출발지도 2005년과 같았고 코스도 같은 코스였다. 그 때 나는 3시간 41분대에 완주하여 3위를 기록한 바 있었다.
불현 듯 나는 4년전 울릉도 마라톤 대회가 생각났다. 주위 풍경은 4년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너무도 똑 같았다. 앞에 보이는 바다의 풍경도 4년전과 변함이 없었다.
멀리 울릉도에서 개최되는 마라톤 대회인지라 참가자 수가 다 해봐야 100 명 남짓이었다. 풀코스 참가자는 대략 30여명에 불과해 보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몇몇 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5등 이내 입상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어서 풀코스와 하프코스 주자부터 출발을 하였다. 역시 신동역씨가 초반부터 레이스 선두에 나가면서 뛰었다. 내 앞에 뛰는 주자들은 대부분 서브-3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어서 달리는 자세가 안정되어 보였다. 함찬일씨와 진재봉씨도 나의 앞에서 뛰면서 선두 그룹을 이끌었다. 나는 그들보다 조금 뒤로 처져서 뛰었다.
초반 5 km 구간은 언덕도 없고 평지여서 달리기에 좋았다. 바다를 보면서 뛰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으며 맑고 깨끗한 공기가 몸 속 깊이 들어 와서 몸이 정화된 듯한 느낌이었다.
거리 표시가 매 km마다 되어 있지 않고 5km 간격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구간별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5 km 지점 구간 표시를 무심코 지나친 나는 10 km 구간도 기록을 체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15 km 구간에서 체크한 나의 기록은 1:06:39가 나왔다. 서브-3를 하기 위해서는 이 구간의 기록이 최소한 1시간 3분은 나와야 하는데 나는 15 km 구간에서 벌써 서브-3의 기록을 오버하였다. 물론 이 대회는 기록보다는 순위싸움이니 이 정도의 기록이 나쁜 기록은 아니었지만 이 지점에서 나는 순위에서도 겨우 9위를 달리고 있었다.
20 km 지점 통과 기록은 1:30:33가 나왔고 하프 통과 기록은 1:34:14초가 나왔다. 하프 기록이 1시간 34분대면 후반도 같은 페이스로 뛸 때 약 3시간 10분의 기록으로 완주를 할 수 있다. 이 정도 기록이면 작년 이 대회의 우승자 기록인 3:17:40의 기록보다도 좋은 기록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8등으로 달리고 있다. 9등으로 달리다가 15 km지점을 지나면서 1명을 추월했다. 역시 급수대에서였다. 그동안 8등으로 달리던 주자가 급수를 하는 틈을 타서 나는 잽싸게 그를 추월했던 것이다. 나는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달렸다.
그 등수가 오늘 대회의 등수로 굳어진 등수였다. 나는 하프까지도 8등이었으며 골인도 8등으로 했으니 말이다.
5 km를 남겨 놓고는 이번 대회 7위를 차지한 진재봉씨가 힘들게 뛰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이거 잘 하면 진재봉씨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까지도 해보았으나 역시 노련한 진재봉씨는 나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나를 추월하려는 주자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지만 뒤에서 나를 추월하는 주자가 보이지 않자 안심하면서 비록 5위는 못했지만 8위로 입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최종 골인점에 오니 응원객의 박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양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면서 멋지게 골인하였다.
최종 완주 기록 3:12:48였다. 나의 수동 시계로 계측한 시간도 3:12:48가 나왔다. 단 1초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나의 계측 시간이었다.
나는 이번 대회 풀코스 참가자 중 8위의 기록으로 골인하였다. 애초 목표했던 5위 입상은 실패하였지만 진재봉씨에 이어서 8위로 골인한 것만해도 잘 한것이라고 자위하면서 아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아빠! 8등이야. 8등이면 뭐줘"
작은 아이가 내게 다가오면서 대뜸 부상이 뭔지를 묻는 것이었다.
"응. 오징어 1축(20마리) 준데. 우리 집에 가서 이거 구워서 맛있게 먹자."
애당초 나는 아이들에게 5등 입상하여 오징어 3축(60마리)를 받아서 먹으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8등이라도 해서 오징어 1축과 상장을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받았다는 사실이 아빠된 입장에서 그나마 체면치례는 했다. 내가 만약 입상도 못했다면 아이들 보는 앞에서 얼마나 창피했을까.
아이들은 이번 대회에 2시간 52분대의 기록으로 우승한 신동역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저 아저씨가 1등했어. 저 아저씨 진짜 잘 뛰더라. 저 아저씨는 좋겠어. 1등은 상금이 100 만원이라면서."
"그래. 저 아저씨는 아마츄어 마라토너 중에서 최고 가는 선수야. 아빠가 이기기에는 너무도 벅찬 선수란다. 하지만 아빠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저 아저씨처럼 1등을 할 수 있을꺼야."
나는 아이들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도 나의 마라톤 실력이 미천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한 이번 울릉도 마라톤 대회는 내게 있어서는 영원히 잊지 못할 마라톤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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