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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질수없는 것 들은 다 ~(셔리모텔812호) |
추천수 :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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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그냥스쳐가기 |
등록일 |
2012-04-10 23:35:00 |
조회수 |
662 |
명석 씨한테 전화가 걸려온 건 봄기운에 짓눌려 겨울비답잖게 푸근함이 질펀거리던 화요일 오후였다.
명석 씨가 마흔두살 그 여자와 결혼한 지 꼭 두 달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명석 씨와는 7년동안 적체되고 밀린 카드 대금 사천만원이 화근이 되어 서로에게 책임 떠밀기에 신경전을 벌였
고, 싸우다 지쳐 동맥을 끓듯 단번에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내가 먼저 고했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석 씨는 홧김에 맞선을 봤고, 처음 본 여자의 일방적인 구애 작전에 자의반 타의반으
로 만난지 채 5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결혼을 해 버렸다.
그건 결코 우리가 싫어서 헤어진 것이 분명 아니였기에 명석 씨도 나도 아직 감정정리가 되지 않는 공황상태였고
내가 손 만 내밀면 어제 처럼 되돌아갈수 있을것만 같은 안타까움에 상실의 날 들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야? 6시에 그 곳으로 와"
내 답변이 필요 없다는 듯 명석 씨는 이내 전화를 끓어 버렸다.
조강지처에게 들미라도 잡힌듯이 다급한 목소리에 사뭇 섭섭하고 화가 났지만, 그래도 난 부시시한 머리를 손질
하고 조금은 말라보이는 광대뼈가 신경이 쓰여 연분홍 볼연지를 겹겹이 덧칠했다.
이젠 분명 내 남자가 아님을 알면서도 또 한 남의 남자라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일방적인 약속에도
신경질이나 야속함 따윈 내 감정에는 없었다. 오히려 은근 기분이 묘해지면서 낮선 흥분이 온 몸을 죄여왔다.
결혼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하던 날 점심시간에 잠시 서로를 확인했던 셔리모텔 812호.
그 날도 명석 씨는 정말 결혼이란 걸 했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것이 없었고, 평소처럼 난 뒤로 돌아누워 명석
씨의 부드러운 자극을 기대하면서 엉덩이를 살짝 내밀었고 언제나 했던 순서대로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 안
으며 다독거려 주었다.
난 지금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짙은 보라색 멍같은 명석 씨의 체취를 저릿하게 감싸안으며 서둘러 무언의 약
속 장소로 가고 있다.
~그냥 스쳐가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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